예전 어느 인터뷰를 보았다.
지금은 헤어진 조니 뎁의 여자친구인 부인인지의 인터뷰였다.
‘조니 뎁은 섹시하다. 모습 뿐만 아니라 매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러하다.’
그 후로 나는 매 상황 당황하는 나를 관찰할 수 있었고, 그런 나를 느끼며 뭔가 미숙하지 않으면서 조금 더 멋있을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멋을 내고 훌륭한 강의를 하다라도 어떤 미친 사람이 다짜고짜 지나가면서 툭 치거나 방해한다면?
그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매사에 미리 대비해 놓은 프로토콜이라도 있어야하는 것인가?
그저 머리가 좋아야 그런 상황들을 부드럽게 잘 넘길 수 있는 것인가?
이 둘 모두 내가 어떻게 노력해서 될 것은 아니다.
그러고싶지는 않지만 확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번 당황하고 남을 탓 하면서 넘어갈 갓인가?
사실 난 진료실에서 이런 상황을 생각보다 많이 겪는다.
당장 며칠 전에도 어깨 통증으로 오신 칠십세 할머니에게 이미 퇴행성 관절로 진행 되었으니 주사 치료를 권했다.
그 외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만을 말씀 드렸다.
그런데 그 후 약속 날짜보다 빨리 내원한 할머니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항의를 하러 왔다면서 방으로 들어오셨다.
독한 주사를 놔서 허리가 아프다는거다.
그럼 어깨는 어떻냐니까 어깨는 그럭저럭 나았는데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고 허리만 너무 아파졌단다.
뭐라고 했어야 할머니도 가라앉히고 나도 품위를 지킬 수 있었을까.
전에도 비슷한 사례에 그저 웃기만 했더니 간호사들이 그냥 벨을 눌러서 자기들을 불러 달란다.
이번에는 그냥 사람들을 불러서 밖에서 설명해 드린다고 안내해드렸다.
그 할머니는 정말 몸도 아프니까 짜증이 나셨을거다.
그냥 어딘가에 화풀이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난 어떻게 했으면 지혜롭게 대처했다는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