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다.

내가 운전하면 유독 신호등 맨 앞자리에 자주 선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안전하게 주황색 불이 보이면, 혹은 예상되면 속도를 늦추다가 마침 주황색이 되면 그럴줄 알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장 앞 줄에 당당히(?) 서게 된다.

집사람은 그런 나를 답답하다 했다.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니까.

아침 출근 때 버스를 타러 나갈 때도 비슷한 일은 벌어진다.

버스를 놓치면 그저 정류장에서 멍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발걸음을 서두른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아직 정류장이 멀리 있음에도 내 옆으로 141 버스는 야속하게 지나간다.

‘아침부터 뛰는 것은 좀 여유 없는 행동이잖아?’

이런 말로 자위를 하고 다음 버스를 태연히 기다린다.

두 경우 모두 너무 느긋하거나 음흉하게 패배를 시인하지 않은 양반의 모습이다.

이러던 내가 요즘은 차를 몰면 달리는 편이고, 버스를 탈 때는 뛸 준비를 하고 더 열심히 뛰게 되었다.

개원 건물을 계약하고 나서는 행운은 나에게도 참 많이 깃들어 있다는 갓을 알았기 때문이다.

막상 길을 건너려면 시간도 충분하다 .

쓸데없이 미리 속도를 줄여서 다가가지 않으면 건널 수 있는 길들이다.

뛰어보면 내가 버스를 타고서도 한참 동안 버스는 출발하지 않는다.

미리 포기하지 않는 한 난 길을 건널 수 있고 기회를 얻어 탈 수 있다.

그저 상황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리면 난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마흔이 가까워져 있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난 이제 계속 뛰어서 나를 지나쳐가는 기회와 행운들을 잡아 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