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동안 일기나 글을 쓰지 않았다.

내뱉는 시간이 없으니 나에게 들어오는 자극들은 다 튕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계속 새로운 자극들이 내가 담을 수 없이 넘쳐 들어오는 시기였다.

아이들과 집사람을 나와 멀리 떨어뜨려 놓고 나만 돌아오는 날부터 나는 그 ‘모두 담을 수 없는 그릇’에 구멍이 난 것 같다.

이 구멍은 일단 메꿔야한다.

일로 나를 채우면 이 구멍은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단순한 유희 거리를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을 이 공간을 나는 요즘 책으로 채우고 있다.

예전 사람들이 남겨 놓은 글들로 말이다.

요즘 글들은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따뜻한 이불과 엉덩이를 데우는 뭐라도 있는 상태에서 작은 불 빛으로 소설, 특히 러시아 작가들의 소설을 읽고 싶다.

이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바람이다.

아이들과 집사람은 나보다 17시간 전의 시간에 살고 있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외로웠다.

아마 살면서 이렇게 외로웠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더더욱 그렇게 느낀 것은 내가 크리스마스일 때 아이들은 이브를 보내고 있었고, 그 힘든 날을 보내고 너무 일찍 깨버린 아침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은 기쁜 날을 맞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늘은 병원을 여는 준비의 미흡함과 내 주변 환경 변화 등이 나를 아침 일찍부터 깨웠다.

나를 잡아줄 것은 운동과 책, 명상 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명상은 확실히 가장 짧지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운동은 몸을 통해서 마음도 가볍게 해준다.

책은 그 가벼움을 채워 내 발을 다시 땅으로 이끌어준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확실히 느끼게 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읽는 책이 무엇이 되었든 내용과 상관없이 ‘고전’은 그 느낌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 같다.

한 걸음 한 걸음 딛는 느낌을 확실하게 느낄 때 안정감을 얻는다.

내 존재를 인식시켜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시야가 자꾸 작아지는 것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록 되도록 멀리 보려고 노력해야함을 느낀다.

괜한 스트레스는 나만 피곤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의심케한다.

결국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인데.

일단 믿음에 배신 당하더라도 내 의심으로 인해 배신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처음의 그 기분 좋음을 상기 하자.

난 그리 막막하게 시작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 꽤 좋은 환경,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이니까.

나의 각오 세 개는 항상 외치고 시작해야겠다.

이제 운동을 가야한다.

오늘은 이만